작가: 송서원
내 생각에, 나는 꽤 평범한 한국의 대학생이지만, 내 삶을 그리 일반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나보다 2살 많은 자폐성 장애인인 오빠이다. 좀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자폐성 장애인의 형제자매로서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Seowon Song
2009년 7월의 어느 여름 날, 나는 한국 자폐인 사랑협회(ASK)에서 주최하는 여름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많은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이 캠프에 참가했고, 프로그램들은 장애 아동, 부모, 그리고 그 형제자매들을 대상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 캠프에서 나는 처음으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비장애 형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몇몇은 그들의 가족, 특히 그들의 장애 형제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낯설어 보였기 때문에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나는 내 이야기를 먼저 나누며 그 친구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깊은 공감을 나타내며 그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머뭇거리던 한 꼬마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이해해요?”
그 순간, 처음으로 비장애 형제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자조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언젠가 한국에 비장애 형제 자조모임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2016년 1월 초, 나는 내 또래의 비장애 형제 4명을 만났다. 만났던 첫 날, 우리는 얘기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서로에게 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 형제들의 장애와 증상은 다르지만, 우리는 비슷한 경험과, 걱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가족 내에서 혹은 부모에게서 소외당했다고, 심지어는 무시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었고, 장애 형제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형제와, 그들의 장애와, 부모님에게 분노를 느끼기도 했었고 결국 그 분노가 자기 자신을 향하기도 했다. 또, 나를 포함한 몇몇은 인정 받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기대를 충족시키고 뛰어넘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의 삶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는 “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첫 번째 비장애 형제 자조모임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나는”이 시작된 후, 다른 비장애 형제들과의 많은 모임을 가졌고, 그 모임에서 우리는 장애 형제와 부모, 그리고 특히 자신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다. 모임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2018년 3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나는”을 통해 책 출판 이외에도 많은 목표들을 이룰 수 있었다. 첫째로, 한국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관심과 담론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가족, 특히 그들의 형제들에 대한 관심 또한 기대하기 힘든데, “나는”을 통해 장애인의 형제 자매의 존재를 인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살면서 처음으로 장애 형제나 부모가 아닌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집중 하는 것은 살면서 느껴왔던, 그리고 느끼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하고 인정함으로써 비장애 형제로서의 소외감과 불안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이룬 것은 바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내 경우, 자폐성 장애인의 동생으로서 분노와 공포, 죄책감을 나 혼자만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도, 나에게 공감하지도 않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을 결성하고 다른 비장애 형제들을 만나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른 많은 비장애 형제들과 같이, “함께”하는 힘으로 좀 더 성숙하기 위한 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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